노인아파트 Q&A (게시판)

요양원 싫은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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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Date
2018-11-2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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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중알: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6767657

요양원 가기 싫은 노인들이 모여산다, 같이 먹고 놀면서




[더,오래] 김정근의 시니어비즈(15)



대학연계형은퇴자마을 '레셀빌리지'에 입주한 사람들. 러셀 대학의 경우 캠퍼스에 시니어 전용 주택인 레셀빌리지를 설치해 입주자가 도서관이나 식당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사진 Lasell Village 홈페이지]


최근 시니어에 대한 돌봄 서비스 제공처를 요양원 같은 ‘시설’에서 ‘주거’ 개념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시니어의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가 가능해지려면 나이가 들어 돌봄이 필요할 때 시설에 가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거주지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을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시니어의 주거형태가 지금보다는 다양해져야 한다. 국내엔 일반 주택이나 아파트에 있다가 나이가 들어 돌봄이 필요한 경우 요양원과 같은 시설로 가는 형태만 존재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선진국은 어떨까? 오늘은 국내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해외의 시니어 주거 사례들을 통해 우리나라가 눈여겨봐야 할 시니어 주거 비즈니스 기회를 소개하고자 한다.

노인생활보조주거(Assisted Living)



‘노인보조주거(Assisted Living)’는 건강한 시니어가 사는 주택과 요양원과의 중간단계에 있는 주거형태로 1981년 미국의 브라운 윌슨 박사가 처음 시작했다. 미국 역시 1970년대까지만 해도 현재 한국과 같이 시니어를 위한 주거형태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자신이 집에 있든지 몸이 아파 돌봄이 필요하면 요양원으로 이주해야만 했다.

당시 윌슨 박사의 어머니도 혼자 생활할 수 없게 됐으나 요양원에 갈 만큼 전적으로 남의 도움을 받을 단계는 아니었다. 요양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윌슨 박사의 어머니는 요양원에 가기를 원하지 않았다. 어머니를 위해 윌슨 박사는 몇 년 동안 미국을 돌아다니며 시니어가 원하는 주거형태를 알아보고 어머니를 위한 더 좋은 대안을 구상했는데, 그것이 미국 최초의 ‘노인생활보조주거’였다.

노인생활보조주거는 건강한 시니어가 거주하는 독립생활주거와 동일하다. 다만 일상생활에 약간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추가적인 서비스(약 복용, 목욕, 옷 입기, 식사제공 등)를 제공한다. 시니어의 독립성을 보장해주면서 그들의 건강이 나빠져 도움이 필요할 때 요양원 같은 시설이 아닌, 지역 내 거주가 가능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2017년 현재 미국에는 약 3만 개의 노인돌봄주거가 있으며 약 120만명의 시니어가 거주하고 있다. 미국 내 가장 큰 규모의 노인생활보조주거 사업을 하는 업체는 브르크데일 시니어리빙으로 총 654개의 기관을 운영하며 약 6만 명의 시니어를 대상으로 시니어 주거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연속돌봄은퇴주거(CCRCs)



‘연속돌봄은퇴주거(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ies, CCRCs)’는 55세 이상만 거주할 수 있는 주거형태로, 다양한 시니어 주거를 하나의 단지에 모아 놓은 일종의 노인주거복합단지이다. 이곳은 건강한 시니어가 거주하는 독립주거시설, 약간의 돌봄이 있어야 하는 시니어가 거주하는 노인생활보조주거, 혼자 생활이 불가능해 전적인 돌봄이 필요한 요양원을 포함하고 있는 커다란 주거단지다.

건강이 나빠져도 다른 곳으로 이사하지 않고 단지 내에서 거주형태를 바꿀 수 있어 ‘지역사회 거주의 계속성’을 가능하게 한다. 기존의 거주지역 내 친구, 이웃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비스 유형을 변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국의 경우 2018년 현재 총 1955개의 연속돌봄은퇴주거가 존재하고 있다.

대학 연계형 시니어전용주거(UBRC)


미국에선 지역사회의 은퇴자 커뮤니티가 대학 캠퍼스 안에 노인전용주거시설을 건설해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추세다. 이는 대학진학률이 과거 세대에 비해 높은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생)의 고령화와 연관이 있다. 이들은 대학교 근처에서 노후를 보내며 젊은 시절의 향수를 달래면서 평생교육에 대한 욕구를 채우려는 경향이 있다. 대학은 학생 수가 줄어드는 데다 주 정부 기금이 감소해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미국의 러셀대학, 플로리다대학, 스탠퍼드대학, 노트르담대학, 듀크대학, 코넬대학 등에서는 은퇴자를 위한 ‘대학연계형은퇴자마을 (University Based Retirement Community, UBRC)’을 조성했다. 러셀 대학의 경우 캠퍼스에 시니어 전용 주택인 레셀빌리지를 설치해 입주자가 도서관이나 식당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청강은 물론 입주자 자신의 세계 2차대전 경험을 섞어 ‘전장에서 본 전쟁사’를 학생들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이 사업은 대학교 입장에서는 평생교육 수요층을 확보하고 입주자들로부터 다양한 노인 관련 조사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미국의 UBRC는 2014년 약 100여개에 이르고 있다. 향후 20년간 미국 대학의 10%에 해당하는 400여개가 UBRC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정원 감소로 고민하는 국내 대학에도 좋은 사업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시니어를 위한 한국형 주거모델 모색해야



늘어나는 고령자 가구. [중앙포토]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이 가구주인 고령 가구는 전체의 20.5%에 이른다. 이 비율은 매년 증가해 2045년엔 47.7%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춰 기존의 정형화된 실버타운이나 요양원에서 한 발 나아가 베이비부머 세대 시니어를 위한 주거형태를 고민할 때다. 지역사회 안에서 시니어 돌봄이 가능하도록 주거 형태가 변화한다면 우리나라 주거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근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 jkim7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