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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수명: 12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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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min
Date
2018-09-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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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신앙: http://www.ame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477

'인간수명=120'(?), 그럼 하빕미안(Habib Mian)은?

인간의 수명은 120세로 주어졌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소위 ‘귀신파’로 알려진 이단 단체 신도들에 의해서 많이 전파되었다. 그들은 ‘불신자의 사후의 영이 귀신’이라는 비성경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예수님을 믿지 않고 죽은 이들의 영혼은 귀신이 되어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그 불신자가 만약 80에 사망했다면 40년간 귀신으로 돌아다니게 된다는 주장이다. 인간의 한계수명이 120세이기 때문에 그 수를 귀신이 되어 채워야 한다는 논리다. 내용과 논리가 모두 성경에서 말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이런 식의 성경 해석은 와이셔츠의 첫 단추를 잘못 잠그니 줄줄이 틀리게 되는 식의 결과를 가져온다.

인간의 수명이 120세라고 한다면, 그럼 하빕미안(Habib Mian)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하빕은 인도인으로 130년 91일을 살다가 2008년에 사망했다. 하빕은 1878년 5월 20일 출생하여 2008년 8월 19일까지 살았다(위키백과/하빕미안). 인간의 한계 수명보다 훨씬 더 오래 산 경우다. 120세를 못 채우고 죽은 이들이 120세가 될 때까지 귀신이 되어 돌아다닌다면, 그럼 120세가 넘으면 천사가 되어 돌아다니는가? 그렇다면 또 천사의 수명은 언제까지인가? 역시 와이셔츠 단추를 잘못 잠근 것과 같은 오류가 또 생긴다.

하빕 한 사람만 120세를 넘겨 산 것이 아니다. 설사 그 한 사람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간수명 120세’라는 교리(?)는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당장 인터넷을 검색해 보아도 120세를 넘긴 이들에 관한 정보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성경을 빗대어 120세라는 주장의 근거가 일반 상식으로도 맞지 않는다.

성경 안에서도 찾아보자. 성경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서 말이다. ‘인간의 수명=120세’를 가리키는 성경구절이 창세기 6:3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창 6:3 이후에 등장하는 인간들의 수명은 많아야 120세이거나 또는 그 이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논리상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성경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하며 기울어지게 된다. 노아는 홍수 사건 후에 350년을 더 살았고 그의 나이 950세에 세상을 떠났다(창 9:28~29). 그리고 창세기 11장에 등장하는 노아의 후손들도 120세보다 훨씬 더 많은 수명을 누리면서 살았다 아르박삿은 403년, 셀라는 430년 등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수명이 120세라는 개념이 들어 있다고 말하는 창세기 6:3절을 살펴보자.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나의 영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육신이 됨이라 그러나 그들의 날은 백이십 년이 되리라 하시니라”(창 6:3, 개역개정).

위 본문에서 ‘120년’이라는 숫자가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120년 되리라’고 한 말의 의미가 무엇일까? 정말 인간의 수명의 기한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일까? 먼저 다른 번역본 성경을 살펴보자. 원문의 의미에 보다 가깝게 번역한 성경들이다.

“And the LORD said, My spirit shall not always strive with man, for that he also [is] flesh: yet his days shall be an hundred and twenty years.”(창 6:3, KJV)

“Then the LORD said, ‘My spirit shall not abide in mortals forever, for they are flesh; their days shall be one hundred twenty years.’ ”(창 6:3, NRSV)

KJV과 NRSV 등은 한글개역성경(개정판)과 큰 차이가 없이 번역되었다. 현대적인 의미를 살려서 번역한 성경을 또한 살펴보자.

“여호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 영이 사람들과 영원히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실수를 범하여 육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백이십년밖에는 살지 못할 것이다’”(창 6:3, 쉬운성경).

“그러자 여호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은 죽어야 할 육체이므로 내 영이 영영 사람에게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내가 그들에게 120년 동안의 여유를 주겠다’”(창 6:3, 현대인의성경).

“Then the LORD said, ‘I will not allow people to live forever; they are mortal. From now on they will live no longer than 120 years.’”(창 6:3, GNB).

의역 성경을 보니 감추어졌던 의미가 조금 살아나는 듯하다. ‘지금부터(from now on) 120년이라는 기간’이라는 것이다. 특히, GNB(Good News Bible)에서 잘 표현해 주고 있다. 다시 말해 ‘120년’이라는 기간이 단순한 인간의 수명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지금부터’ 120년 이라는 어느 ‘한정적인 기간’을 설명해 주는 것이라는 말이다.

‘지금부터(From now on)’라는 말이 점진적으로 인간의 수명이 줄어들어 120세를 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그 증거로 역시 창세기 11장을 들기도 한다. 노아의 후손들이 500세, 400세의 나이까지 살기는 했지만 인류의 수명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셉(110세), 모세(120세), 여호수아(110세) 등의 나이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론은 123세까지 살았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것처럼 오늘날에도 120세를 넘긴 이들이 적지 않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120세를 넘기는 이들이 더 많아 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따라서 창 6:3이 인간의 수명으로 보는 것은 많은 무리가 따른다.

인간의 수명을 언급한 것처럼 보이는 성경구절을 또 하나 언급할 수 있다. 시편 90편 10절이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시 90:10).

위 성경구절에서 70, 80은 인간의 수명을 언급하는 게 아니다. 보통은 70세 정도까지 사는 데, 강건한 사람은 80까지 살게 된다고 이해하기 쉽다. 그런 말이 아니다. 위 구절 후반부에 언급된 것처럼 인간의 살아가는 날 수가 신속히 지나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우 교수(총신대)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의 평생을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김정우, 시편강해3, 엠마오, 1998, p.165). 그만큼 인생이 짧음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다시 창 6:3의 의미로 돌아가보자. 송병현 교수(백석대)는 창 6:3의 120년에 대해 “120년을 사람의 수명으로 볼 수 없으며, 그 말씀이 선포된 순간부터 홍수 때까지의 기간”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창세기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 두란노 HOW 주석시리즈, 두란노, 2008, p 221). 120년은 인간의 수명을 정의하는 숫자가 아니라, 어느 특정한 기간 즉 홍수 때까지 주어진 한정적인 시간을 뜻한다는 것이다. 김영철 교수(전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창 6:3을 “마침내 하나님께서는 120년이 지나면 홍수로 세상을 벌하시리라고 선언하신다”고 설명했다(김영철, 성경신학의 입장에서 본 노아홍수, 여수룬, 1996, p.118). 노아홍수가 노아의 나이 600세에 발생했으니(창 7:10), 창 6:3의 말씀이 임할 때는 노아의 나이 480세 때라고 보는 게 좋다고 한다.

잘못된 사상끼리는 잘 연결이 된다. 귀신의 탄생과 존재 기간 등의 사상과 맞물려서 120년이 인간의 수명이라는 논리로 사용되고 있다. 성경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할 것이다.